“송허브취” 나물 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먼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 다 일수는 없으며 절대적일 수도 없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도, 정보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이글도 그러한 토대위에서 나의 범주 내에서 사실적으로 작성된 글이란

것을 밝혀둡니다.

지난 해, 2009년 봄날의 따스한 어느 날, 집사람과 함께 과수원의 산에서 봄나물을

채취하고 있던 중 이상하게 생긴 배추도 아니고 갓도 아니고 더군다나 겨자도 아닌

처음 보는 식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동안 30년 가까이 등산 다니면서 산에서 나는

나물과 약간의 버섯 종류를 합하여 약 30가지 정도 알고 있고 산나물 애호가 중

한사람이었기에 왠만한 나물은 특히 봄의 산나물은 많이 알고 있습니다.

아직 다 자라지는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고 생각되어 부드럽

게 생긴 한 잎을 뜯어 냄새를 맡아보니 동동 구리무 화장품 냄새인 허브향이 그윽

하게 풍겼습니다. 신불산 정상 쪽 한 귀퉁이에서만 자라는 반짝반짝 빛난다하여 붙

혀진 반달비의 향과 비슷하였으나 반달비의 향은 너무 독하지만 이름 모를 이 나물

의 향은 매우 온화하고 부드러웠고 그 향은 더욱 독특하였습니다.

산자락 주변을 다 뒤져 겨우 6포기의 나물을 소중하게 주변의 흙과 함께 채취하여

참나물과 참취 나물이 심어져 있는 밭 옆에 이식하여 정성스레 가꾸었습니다.

한 여름이 지나면서 꽃대가 올라와 어느 사이 하얀색의 꽃을 피워 씨는 여물어가고

익어갔습니다.

9월 중순경에 그 씨를 받으려고 꽃대를 짤라 통풍이 잘되는 농막 처마 밑에 널어

놓아 잘 말려 씨를 받으니 약 3 수푼 정도의 양이 나왔습니다. 씨앗의 크기는 배추

씨 정도와 비슷하였으나 조금 작고 색깔은 검붉은 색이었습니다. 이물질들과 구분

하여 밀봉을 하여 보관하였습니다.

금년 2010년 3월초, 지역 특성상 약간 이른 감이 있었지만 성격상 더 견딜 수

없어 받아두었던 그 이름 모를 씨앗을 약 두 세평 정도의 밭을 일구어 심어놓고 관

찰을 하면서 물을 주었습니다. 5월 초가 되니 이름 모를 나물은 제법 커져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났습니다. 그동안 주변의 참나물과 다른 봄 산나물들을 두번 정도

채취하여 먹고 남은 것은 살짝 데쳐 냉장고에 저장한 상태라 봄나물의 향이 입속에

드리워져 기억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막연한 기대감 속에 이름 모를 나물을 한소쿠리 정도 채취해 데치고 양념을 약하게

하여 혹시나 걱정스런 마음으로 아주 조금 시식하여 보니 “야 최고구나, 야 좋다”

하는 탄성의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제껏 먹어 입속에서 맴 돌았던 참취, 원추

리, 참나물, 미역취, 산고추나물, 비비초 등이며 또, 가시오가피 순, 두릅, 엄나무 순

등과 같은 아름다운 향은 일시에 사라지고 이 이름 모를 나물의 향 만 그윽하게 내

입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보관하였던 나머지 씨앗 한수푼 정도를 그 옆에다 다시 심었습니다. 야생이라 그런

지 약을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물이나 주고 잡초만 제거해 주면 잘 자랍니다.

이렇게 하여 이 이름 모를 식용할 수 있는 나물을 가꾸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샘플을

채취해 물어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기야 나 또한 모르는데......

우연한 기회에 주 1~2회 강의하고 직접 체험하는 농업관련 대학에 다니게 되어 그곳

전문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샘플을 가져오라고 하여 가져다주었으나 그 역시도 모른다

는 것이었습니다. 식물도감까지 찾아보았으나 알 수 없다고 하며 등록절차를 밟으면

어떠하겠냐 하면서 친절하게 절차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지만 내 마음은 그저

그러하였습니다.

내가 이 식물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도 아니고, 내가 잘 길러 우리 집 식구들과 이

웃과 나누어 먹으면 그것이 제일이지 또 무엇이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성분 검색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것도 부질없는 짓이라고 고개

를 끄덕입니다.

최근 들어 먹거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곁에서 늘상 먹을 수 있는

산나물들을 성분검색하고 먹는다면 그 또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합니다. 수 천년,

수만년을 살아오면서 짐승들이 먹는 것을 보고, 배워 시식하게 되고 성질 급한 옆

사람이 먹고 죽거나 탈나면 안 먹는 이러한 정보와 경험이 오랜세월 쌓여 오늘날의

자연산(룸싸롱 자연산이 아님) 먹거리가 있게 된 것이 정설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르고 먹으면 보약이라고....

그래서 오는 새해엔, 2011년엔 나머지 보관하고 있는 씨앗도 마저 파종하고 작년

에 심은 나물에서 씨앗을 대량으로 채취하여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까 생각합니다.

고민하다가 이름도 이렇게 지었습니다.

성은 내 성을 따 송이라고 하고 그윽한 화장품 냄새가 난다고 하여 이름은 허브취,

 “송 허브취”  라고 아름다운 이름을 지었습니다.

ps ; 가을에도 채취하여 먹어보았으나 향은 봄보다 더 강하고 맛은 질기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오래 데쳐 삶아 물에 담가 놓은 후 먹으니 괜찮았습니다.

      나를 닮아서 그러한지 추위도 안타고 엊 그제 영하 7도의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파릇파릇한 모양새가 더욱 돋보입니다.

      옆의 밭의 참나물, 취나물, 부추(정구지)들은 잎이 다 시들었는데 송 허브취만

      대파와 함께 눈속에서도 추위를 이기는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올린 눈속에서의 송허브취와 그옆의 대파 사진)

                                   2010. 12. 28. 산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