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수요일
비몽사몽간에 잠을 깨니 머리가 어지럽고 코가 막힌다. 도저히 일어나기 싫다.
감기 걸린 모양이다, 만들레이 올 때 독일청년이 옆에 앉아 주절거리며 기침을 계속하더니만 옮아온 것 같다.

정신차려 얼른 욕실로 가서 타올에 물을 적셔 코에 물리고시계를 보니 3시40분, 훌훌 털고 일어나 짐 정리를 하고나니 4시20분 경, 이놈의 호텔은 WAKE-UP CALL을 부탁해도 소용이 없다.
어제 저녁에 들어올 때 분명히 4시에 깨워달라고 하였는데,,,, 만일 내가 못 일어났다면 어떻게 하였겠는가?
짐을 다 정리하고 미적미적 시간을 기다리며 있으니까 밖에서 차 소리가 나더니 따웅지 하고 외치는 소리가 난다.아! 이차구나 하고 시계를 보니 4시40분 미친 듯이 배낭을 둘러메고 FRONT 로 나가니 그 제서야 호텔 직원이 부스스 일어나 나를 깨우러 온다. 미친놈.
25인승 고물 버스에 올라타니 자리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이미 예약시 좌석배정을 해놓아서 다른데로 갈수가 없다.
다행히 내 자리는 중간쯤 창가이라 괜찮은 것 같았지만 나보다 더 큰 외국 등치가 내 옆으로 눈치를 보며 다가 오는 것이 아닌가?. 아이쿠, 저 친구하고 약 12시간 동안 이좁은 좌석에서 함께 갈 생각을 하니 출발하기 전부터 이 고생을 어떻게 감당하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잠깐 동안이나마 서로 걱정 어린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있었다, 아마도 그가 나보다 더 걱정스러웠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창가 쪽이니까 적어도 밀려나지는 않을 테니까 !
마침내 그가 버스 조수에게 이야기하였다. "이 좌석 두명 다 FAT MAN 인데 어떻게 가란 말이냐" 라고 이야기 하니 피식 웃더니 그를 SINGLE 좌석으로 바꾸어주고 그대신 홀쭉한 사람으로 앉게 하였다.

이곳 미얀마에서는 외국인하고 내국인들을 함께 태우지 않고 외국인은 외국인끼리 앉게하고 또한 내국인하고는 요금차를 두는 것 같았다, 적어도 이차는 그런 것 같았다. 몇 군데 호텔을 더 들러 예약하였던 사람들을 태우니 마침내 버스는 만원이 되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고물버스는 어둑어둑한 거리를 달려가고 있었다.
어제 새벽에도 추웠는데 오늘은 더 추운것 같았다, 열대 지방에 와서 추위를 느끼다니 태국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의 시이공 기후하고는 틀린 것 같았다, 모두들 창문을 닫고 쟘바를 걸친다, 허지만 산길로는 쟘바가 없으니 달리 걸칠 것도 없고, 한참을 달리다가 고물버스가 멈추길래 아침식사 시간도 되었고 하여 식사 시간인줄 알고 잽싸게 내려 차와 계란 부친 것을 주문하여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다.

같은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몸은 저렇게 통통한데 어찌 날쌘돌이 같을까?,
내가 한두 번 경험하였냐 이놈들아, 내가 축적한 KNOW HOW 는 어찌하고, 그런데 조금 속이 좋지는 않다, 휴, 어제 어른과자를 너무 많이 먹었나, 나는 이상하게 전날 어른과자를 많이 먹으면 식욕이 왕성해지니 그것도 걱정이다 다른 사람은 아무것도 받지 않고 먹지를 않는다는데?

미얀마 차를 마시면서 두리번거리니 같은 일행들은 그제 서야 음식들을 시킨다고 분주하다.
차를 다 마시고 별 할 일도 없어 버스에 올라타니 이곳에 정차한 이유를 알겠다. 버스가 고장이 나서 멈춰 선 모양이다, 이곳의 승객용 자동차들은 전부 고물이라서 운전사외 조수, 정비공들이 함께 따라다닌다.

자동차 엔진부위의 라지에타가 어디인가 세는 모양이다, 자꾸만 물을 붓고있는걸 보니까 그런 것 같다. 얼마오지 않아 고장이 났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하나둘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오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던가, 어떻게 해서 고쳐진지는 모르겠으나 조수가 사람들을 다 타라고 소리치고 운전사는 엔진 시동을 걸어 부릉부릉 출발 준비를 하고, 사람들이 다 타자 힘차게 달려나갔다.
제발 목적지까지 고장나지 말고 도착하여야 할텐데,

신나게 달리던 고물버스는, 한 두시간 반정도 달려왔나 고물버스는 어느 시골길 옆의 한 식당 옆에 세우더니 우리들보고 내리라고 한다. 시계를 보니 9시30분이 다 되어간다.
점심 먹을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차가 또 고장난 모양이다, 그러면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아까 고장났던 라지 에터에서 물이 줄줄 세고있지 않은가, 이거 참 큰일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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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레이 들어갈 때는 대형 버스가 빵구가 나서 3시간동안 지체하여 일정을 망쳐 놓더니, 우리나라 같았으면 벌써 운전사는 죽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이곳은 그저 항상 있는 일이거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다.

하기야 외국 관광객 빼고는 전부 농사짓는 사람들 같은데 그리 바쁜 일도 없으리라 생각하니 이해도 되었지만 그래도 너무 하는 것 같다.

같이 탔던 외국인들도 시간이 많아서인지 태연하다, 나만 바쁜 것 같다, 돌아가면서 캄보디아도 다시 가야지 방콕가면 집으로 전화도 해야지, 집안일 걱정이 된다. 왜 오늘따라 기분이 뒤숭숭한지 모르겠다, 혹시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하기야 집사람이 무슨 일이든 잘 처리하니까 그리 걱정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점에 가지런히 놓인 의자에 제각각 끼리끼리 어울려 앉아서 잡담들을 늘어놓고 있는데 우두커니 혼자 앉아 쳐다보는 나만 외톨인가,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보며 시간을 보내기를 3시간, 벌써 12시가 넘었다.
그냥 있기가 너무 무료하여 이 자료들을 읽고 커피한잔을 주문하여 마시면서 못다쓴 3월11일 어제일지를 쓰고 있는 동안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갔는 모양이다.
버스는 언제 고칠지 기약이 없다, 점심시간이라 배도 고프고 하여 얼른 고장난 그 고물버스에 올라가 배낭에서 라면 한 개를 가지고 나와 여태껏 앉아있던 가게 식당주방 (옥외에 가마솥 걸친곳) 에 가서 한 아주머니한테 꾸벅 인사하며 50 챳을 주면서 라면을 보여주니 알았다고 하는 신호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환히 웃음을 짖는다.

서로 말은 안통해도 사람이니까 통하고 사는 모양이다, 이곳 사람들은 정말이지 영어를 못한다.
옛날에 인도와 같이 영국의 지배를 받았을 터인데도 영어를 못한다, 인도는 잘하는데, 아마도 중국문화가 뿌리깊이 내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불교적인 즉, 종교적인 영향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필자로서는 잘 알수 없지만 그래도 너무 못하는 것 같다.
그사이 서양사람(독일인 4명, 캐나다인 2명) 6명은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다른데서 오는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하며 배낭을 꾸려 떠났다, 걔 내들은 자료 및 여행정보가 풍부하여 이곳 오지인 미얀마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며 여행을 한다. 아마 그래서 내가 더더욱 이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이곳으로 오기전에 인터넷에서 미얀마에 대한 정보를 얻을려고 무척이나 노력하였지만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였던 것 같다.

기껏 구한 것이 5,6년 전 자료라 와서보니 별 쓸모가 없는 것 같다.
아주머니가 쟁반에 라면을 올려 가지고 온다, 참으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라면인 것 같다. 이제 일주일 밖에 안 되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과 라면냄새에 저만치 떨어져 있던 일본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보면서 군침을 삼킨다, 옆자리의 서양인도 힐끗힐끗 보면서 입맛을 다신다.

할수없이 우리말로 라면 일인분 먹습니다 하고 작은 소리로 말하고는 용감하게 아주 용감하게 젓가락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어흠.. 어흠.. 후루룩 하면서....
아주머니한테 그릇을 주면서 잘먹었다고 인사하면서 커피한잔을 더시켰더니 아주머니와 며느리 인 듯한 새색시가 미소를 보낸다. 이곳 커피는 순하고 값도 무척이나 싸다, 한잔에 우리 돈으로 150정도 하니 무척이나 싼 것 같다.

우리나라 자판기 커피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이다.
나는 커피보다 이곳 미얀마 티를 더 좋아하는데, 소주잔 같은 잔으로 자꾸자꾸 마시니 미안하기도 하여 그 댓가로 커피한잔을 시켜놓고 그 차를 수도 없이 홀짝홀짝 따라 마신다.
조금 더 쉬고 있으니까 자동차를 다 고쳤다고 경적을 요란하게 울려대며 빨리들 타라고 한다.
그들은 점심도 굶은 체 버스를 수리하였지만 점심먹을 시간도 없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60년대 말까지 그랬지만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등 지방으로 가는 왠만한 차량에는 여지없이 운전기사, 조수, 정비공 이렇게 3명 정도가 한 팀이 되어 자동차를 항상 따라다니며 여러 가지 상황 발생시 즉시 즉시 대처하는 모양이다.

죽던지 살던지 알아서 하라는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정각 2시 운전기사는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그 고물버스를 가지고 100 KM 이상의 속도로 달린다, 급하기 급한 모양이다, 그러나 왠지 불안하다 잘못하여 사고라도 나면 어쩔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비포장 도로며 그나마 길도 않좋은데.....

아무리 속도를 내어 달린다고 해도 어떻게 5시간을 따라 잡을수 있겠는가? 한 한시간 정도 달리니 버스 앞쪽에서 소리를 지른다, 그동안 통로에서 쪼그려 앉아있던 미얀마 사람들은 서양사람 6명이 기다리다 못해 떠나가니 빈 좌석이 생겨 제 각기 자리를 차지하여 편하게 앉아 오고 있었는데 (참고: 외국인은 차 삯이 2배됨) 그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느림보로 운행하는 대형 고물버스에 타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같으면 그냥 쏜살같이 지나쳐 갔을터인데,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앞의 버스가 멈추고, 우리 버스도 멈추고, 앞차에서 내린 그 서양 관광객들이 우리 버스에 올라타니 빈좌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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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자, 어정쩡하게 서있으니까 누가 시키지도,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모두들 원위치대로 자리를 꾸민다. 그러자 어정쩡하게 서있던 사람들이 더 난처해하는 몸짖을 보이자 그들은 웃으며 앉으라고 손으로 이야기한다.

그러한 모습이, 그러한 모양이 정말이지 놀랍고 정겹다.
이것이 가난하고 찌든 미얀마의 진정한 참모습이 아닐까 한다. 참으로 귀한 경험을 목격하였다. 가끔은 이렇게 인간적인 가장 순수함이 깃든 원초적 넉넉함의 여유를 보는것이 내 스타일의 여행의 장점이 아니던가?.

깃발 혹은 멸찰을 가슴에 달고 단체 관광을 하면 이러한 인간적인 참 모습은 결코 볼수 없으리라.
그렇게 가기를 얼마나 갔을까, 꾸벅꾸벅 졸며, 졸며 가기를,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어선다.
여태껏 펼쳐지던 광활한 평야지대는 간데 없고, 앞에 길고 긴 웅장한 산맥이 자태를 드러낸다.
넓디넓은 광야의 끝이라 그런지 더욱더 장엄한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강원도의 원통, 인제, 대관령 가는 길은 아무것도 아니다.
꼬불꼬불한 산모퉁이를 거의 비포장 된 도로를 시속 70km 로 달리니 그것도 깜깜한 밤에 가로등도 없는 산길을 그렇게 달리니, 옆을 보니 정신이 없다, 해발 1,500m 의 산을 꾸불꾸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산맥을 넘는다.

다행이 나의 조마조마한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고물 버스는 고장이 안나고 그런대로 잘 달린다.
어느 큰 모퉁이를 돌아 나오니 산등성이를 따라 훤한 불빛이 줄을 이룬다,
아 ! 이제야 목적지에 다온 모양이다 라고 생각하였으나 그것은 목적지 도시의 야경이 아니고 거대하게 타오르는 산불이었다.
산불이 양쪽산 계곡에서 능성이를 따라 장장 몇 KM 로 타고 있으니 도시 불빛이나 가로등처럼 보였던 것이다,
한참을 가니 바로 길옆에서도 불이 번지고 있었다. 아마, 누가 일부러 불을 놓은 것 같다,
다음달부터 농사철이라 이곳 산악 주민들이 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산에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라 이해가 더 빨리 온다, 산불이 나는 이쪽은 거의 민둥산이고 계곡넘어 저쪽은 숲이 우거져 있다. 아마 나라의 통제를 받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주식 생활을 위해 땔감으로 사용하니 어쩌겠는가?.
한참을 더 달려가니 어느 시골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였다. CULTURE 라고 하는데 매우 큰 마을이고 장사꾼 및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도로 포장도 잘되었고 그런데로 규모가 큰 관광지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는 매우큰 호수인지 강인지 구분이 안가는 물길이 있었다, 이곳에서 독일 관광객 4명이 하차를 하였다.
BUS는 계속해서 밤길을 재촉하여 나아간다.
조그만 정류장에서 멈추며 따웅지 도착시간이 밤 10시 정도이니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하라고 한다.
무엇을 먹을까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커피 한잔을 시키니 왠 우유를 준다.
우유컵 옆에는 인스턴트 커피 믹스 한 봉지가 놓여있고 이상하다 싶어 점원을 부르려고 하니 불현듯 인터넷에서 본 생각이 난다.

젊잖게 커피봉지를 뜯어 타 마시니 왠걸 정말이지 여태껏 마셔본 커피 중 최고였다. 빵 조각과 함께 마시니 더욱 맛있다. 너무 맛있어 한잔 더 마실려고 하였지만 참고 요금 300찻을 지불하고 물 한병을 샀다.
왠놈의 물을 이렇게 마셔대는지 서양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마실 것을 달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느새 주변은 완전히 깜깜해지고 고물버스는 고장없이 신나게 달려 쉔양이라는 곳에서 정차후 조수가 쉔양, 쉔양 이라고 소리친다, 내릴까말까 망설이다가 바간의 중국집 점원의 말이 생각나 나는 따웅지까지 간다고 하였다.
그사이 캐나다 남녀와 일본아이들 몇 명이 내리니 외국인은 나밖에 없다.

*** 주의) : 인레이 LAKE 으로 가려면 필히 이곳에서 내려 갈아타야 한다.

따웅지는 인레이 호수 배후 도시로써 해발 1200M 에 위치하며 규모가 훨씬 큰 대도시이다
따웅지 라는 이상한 이름의 지명과 함께 해발 1200 M 에 위치한 도시라는 것이 내마음을 사로잡고 또 여기까지 와서 그곳을 안보면 후회될 것 같아 강행하기로 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하차 후 조금 있으니 왠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어 고물버스가 다시 만원이 되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일하고 따웅지로 퇴근하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앞에 있던 PICK-UP 트럭 운전사가 무엇이라고 우리버스 운전사에게 소리치니 사람 들이 우루루 그 차로 몰려가고 애기 업은 아주머니도 슬금슬금 짐들을 집어들더니 그 차로 간다.
차에는 나밖에 안 남았다,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바뀐 버스기사가 다가오더니 이차는 안가니 앞차로 가라고 한다, 너무 황망스럽다, 미안해서도 목적지까지 곱게 모셔도 시원찮을 터인데 내리라고 하니 갑자기 작년에 겪었던 캄보디아 일이 생각난다.
내가 큰소리로 버스 운전사를 보고 앞차를 가르키며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 속으로 탈수 있느냐고 소리치니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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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소리쳤지만 한 50% 정도는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차를 뒤로하고 잠시 달려 TERMINAL 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30분 경, 환장하겠다.
GUEST HOUSE를 찾으니 이곳은 GUEST HOUSE가 없고 다운타운에 있다고 한다. 다운타운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손짓을 한다, 그 방향을 쳐다보니 다운타운의 밤 야경이 장관이다, 해발 1600M에 위치한 인구 20만 명의 고산 도시 따웅지, 그 이름도 친근감이 든다.

산 이름을 따라 따웅지 씨티 라고 한다. 필리핀의 고산 휴양도시 바교 씨티는 아무것도 아니다.
황홀경도 잠시뿐, 어떻게 가느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차가 없어 갈수 없다고 하며 허술한 우리나라 60년대 초 여인숙 같은 곳을 들어가니 문이 잠겨져 한참동안 소리치니 그제서야 주인이 나와 안된다고, 외국인이라 불편하다고 말하는 눈치인 것 같다.

하루종일 먼지구덩이에서 헤메다가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해야 하는데 시설이 안되었으니 그냥 잠만 자려면 자라고 한다, 내옆의 버스기사에게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그냥 쉔양 까지 돌아갈 수 없냐고 묻자 안된다고 한다.

쉔양 안 가기를 잘했다, 그곳에서 내린 외국 관광객들도 방이 없어 무척 고생하였다고 나중에 들었다.
잠깐동안 망설이더니 버스 TERMINAL 대기실에 있는 매우 험상굿게 생긴 PICK-UP 트럭 운전사 (여기서는 택시기사) 한테 따웅지 씨티에 데려다 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본다, 눈치가 짜고 치는 것 같은데 어쩔수 없지 않은가?
얼마주면 가겠냐고 하였더니 5,000챳을 내라고 한다.
너무 비싸고 실강이 하다가 3,500챳에 가자고 하였더니 좋다고 한다. 인상이 몹시 험상굳다, 범죄형 인상이다.
고물 픽업 트럭에 몸을 싣고 컴컴한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돌아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산 모퉁이를 돌아갈 때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인적과 오고가는 자동차가 끊긴 산길을 따라 험상굳게 생긴 운전사와 단둘이 드라이브를 즐긴다고 생각하니, 순간순간 이놈이 나에게 해꼬지 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에이 될대로 되라지 벌써 나이 50이 한참 넘어 살만큼 살았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더욱이 보험도 2군데 들었으니 사랑하는 마누라 고생은 안 시키겠지 하며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공포감 또 기대 반으로 가득 찬 눈초리로 옆의 그 험상굳은 기사를 힐끗 쳐다보았으나 그 기사는 아무 표정없이 시속 70-80K 의 속도로 산꼭대기를 향해 달리고 있었을 뿐 아무 표정도 말도 없다.

내가 말을 걸라고 해도 워낙 빠른 속도로 급커브를 달리고 있어 그러지도 못한 사정이었다.
언뜻 언뜻 산모퉁이를 돌때마다 스치는 도시의 야경은 산맥으로 둘러싸인 형태속에서 이상야릇한 정취를 내고 있었다. 어느덧 또 다른 형태의 도시 속으로 픽업트럭은 빨려 들어갔다.
고산 산악 도시의 가장자리에 도착하였으나 이제껏 보아왔던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시골 풍경과 더럽고 어지럽혀 있는 도시와는 아주 다른 깨끗하고 잘 정돈된 도시였다.
시계를 보니 밤12시20분 적막한 도시 속에서 내가 탄 단 하나의 자동차만 거리를 달리며 좌우로 쉴곳을 찾고 있었다, 이윽고 기사는 나에게 손짓하더니 맞은편의 호텔을 가르킨다. 아쉬운 안도감과 함께 이제 목적지에 다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제는 그 험상굳은 기사가 고마운 사람으로 나의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좋도록 하라고 하였다.
호텔은 이미 CLOSE 되었으나 기사는 호텔옆에 차를 세워놓고 내려 초인종과 대문을 두드린다.
함참 있다가 호텔 점원이 나와 FRONT로 안내하고 나는 약속 하였던 돈을 기사에게 주었는데 그기사는 돌아 가지를 않고 머뭇거린다.

아!. 그렇구나 소개비를 받는구나, 그때 비로서 호텔 로비에서 환한 불빛아래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순간, 불현 듯 지나가는 이상한 생각이, 이사람을 어디선가 보았는데 그리고 이와 같은 똑같은 일을 경험하였는데 어디서 였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불교 국가인 이곳 미얀마에 와서 전생의 업보를 치른 생각이 나는 것인가? 일생에서 이와같은 미리 경험하였다고 생각한 일이 가끔 현실로 재현되었던 일이 생각이 난다, 어렸을 적부터 몇 번인가?.

이곳은 사회주의 국가라 외국인과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요금 체계가 이중으로 되어있다. 외국인에겐 거의 두배의 값을 요구한다, 싼 방은 없고 22불(FEC) 짜리만 있다고 한다. 눈치를 보니 15불 짜리도 있는 것 같은데...

이놈이 트릭을 쓴다,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거다.
시간도 없고 하여 아침식사를 안하는 조건으로 12불(FEC)짜리 더불 침대를 갖춘 방으로 정하고 짐을 푼뒤 샤워를 하려고 하니 더운물은 않 나오고 찬물만 나오지 않는가?
소스라치게 놀라 뛰어나와 큰 타올로 몸을 감싸고는 FRONT로 가서 찬물만 나온다고 하니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하며 스윗치를 올려주며 되었다고 한다. 방으로 돌아가 샤워기를 틀으니 역시 찬물, 밤늦은 시간이라 떠들수도 없고 하여 세수만 하고 자리에 누었다. 너무 춥다 , 더운 나라에 와서 추워서 고생을 하니 이 팔자가 왠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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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곳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겨울철에 덥고 자는 아주 두꺼운 이불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더운 물만 나왔으면 우리나라 3류 호텔정도는 될텐데,
냉장고도 있고 TV도 있고 또한 응접 셋트도 갖추어진 아주 깨끗하고 시설이 잘된 곳이었다.
이번 여행중에 처음으로 이렇게 좋은 숙박시설에서 잠을 자는 것 같다.
너무 피곤하고 또 내일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