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아직까지 밭일을 하는 이웃의 할머니가

다가와 여러 가지 말을 걸려고 합니다.

보기에도 기골이 장대하고 말상처럼 생긴 그 할머니를 보노라면

젊은 아낙 시절엔 웬만한 남정네는 한 순간에 패 댕 구리를 칠 만한

센 여자였을 것 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 그런 할머니였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 끝에 기억에 남는 말은 아들 딸 육남매를 낳고

키우면서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여자의 몸으로 양산 채석장에 나가서

돌도 캐 보았다고, 너무나 고생이 심하여 막내 딸 대학 시험 볼 때는

정 한수 떠 놓고 달님에게 빌었다고,

우리 딸 제발 낙방시켜 달라고.....,

그 딸마저 대학에 합격하니 이년의 팔자가 고생하라는 팔자인지

나이 먹어 가면서 한 고생은 오죽이야 하였겠냐고???.

그런 할머니였습니다.

지금처럼 넉넉하지 못하고 끼니를 걱정하던 시절에 온갖 세상 고초를

겪고 여유 없는 생활 속에서 살아 왔으면서도,

힘들게 농사지은 것 들을 꿩이니, 비둘기, 까치 같은 날 짐승들이 쪼아 먹고,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잘 익은 과일들에 손대는 것을 안타깝다고 걱정해 주는

이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래도 주인이 더 먹어'

이말 한 마디가 나의 머리를 띵하게 합니다.

우리 모두 여러 가지 힘들어도 이 할머니와 같은 여유와 넉넉함을 갖도록

한다면......

이글을 읽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sangillo 가 쓴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