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은행나무는 동양의 나무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 이외의 땅이 아

니면 자생하지 않고 또 자라지 않는 제 나름대로 철학과 고집이

있는 나무다. 유럽학계에 이 나무가 소개된 것은 18세기 초 독

일학자 켐펠에 의해서였으며, 그 일백년 후,  괴테가 이 은행나

무를 읊음으로써 유럽문학에 처음으로 데뷔하고 있다. 괴테는

“두개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두 개 같은” 은행나무 잎을

두고 “사랑도 그러하려니......” 하고 읊고 있다.

은행나무에는 암.수나무가 있어 플라토닉 러브로 상감(相感),

열매를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짝사랑을 ‘은행나무 사랑’ 이

라 했음은 이 때문이다. 암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으면 밑둥치에

구멍을 파고 수나무 조각을 꽂아주어야 열매를 맺는다. 곧 중매

를 해 주어야 한다. 암나무는 씨암탉처럼 밑동이 통통하고 수나

는 상대적으로 날씬하고 키도 더 크며 가을에 노란 빛깔이 한결

진하다는 것으로 식별했다.

은행 모서리가 두 줄기 난 것이 암나무요, 세 줄기 난 것이 수나무로

식별하기도 했다. 염산에다 암수 나뭇가지를 꽂아보면 수가지가 보

다 먼저 시드는 실험결과도 나와 있다. 은행나무 세계도 여성 상위시

대인가 보다. 지금은 은행나무 잎이 황금빛 으로 물 들어가는 황금풍

(黃金楓)의 시기로 들어가는 계절이다. 다만 대로변의 심어 놓은 많

은 수의 은행나무 잎들이 매연에 찌들어 황금빛으로 물들지 못하고

갈색으로 시들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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