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로의 자연이야기-1

어느 날,  산길로의 풍성한 농원(과수원) 에서 농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였기에,  오후가 되니 몸이 나른하고 조금 힘이 듭니다.

일이 힘들어 잠시 쉬려고 농막 처마 밑에 있는 의자에 가서 철석 주저

앉았습니다.

흐르는 땀을 닥고  시원한 얼음 물을 마시니 온 몸의 피로가 가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심코 쳐다본 처마 한쪽 귀퉁이의 상황은 나로 하여금 긴장속으로

몰고 갑니다.

어른 엄지 손가락 크기의 무시무시한 말벌 너댓 마리가  윙윙거리며 처마 밑의

급박하고 절박한 상황을 윙윙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벌에 관하여 이 사람 만큼 경험이 많은 사람도 흔치 않기에....

산길로는 이런 종류의 말벌의 위력을 몸으로 직접 경험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등산하다가 벌집을 건드려 말벌떼의 습격을 받고 낭 떠러지 계곡

밑으로 굴러 떨어진 일......

마취된 듯  집으로 돌아 왔어도 그날이 일요일이라 약국이 문을 닫아 그냥

몸부림치고 헛 소리하며 잠이들고, 아침에 깨어나니 이 세상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본 깨끗함.... 그리고 상쾌함이었습니다.

출근하기 전,  세어보니 23방이나 쏘였습니다.

주변에서 오래 살겠다고 난리입니다,  술 사라고....^^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벌집을 짓는 지를 쳐다보았다고 눈이 마주쳐 우물쭈물

하다가  이마의 정수리에 딱 한 방 쏘이고 눈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얼굴 크기가

평소의 두배가 되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6시간 입원하였던 일....

감나무 밭 제초작업을 하면서 땅벌집을 건드려 혼비백산 하였던 일 등등....

농막 처마 밑에 쳐 놓은 거미줄에 그 무시무시한 말벌 한마리가 걸렸습니다.

거미줄의 주인인 사냥꾼 거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위에 동료 말벌 서너마리가 거미줄에 걸린 동료 말벌을 보호하려고

경계를 서는 듯 주위를 쉴 사이 없이 윙윙거리며 돌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을 관심있게 쳐다보니 내 입장에선 여간 흥미롭지가 않습니다.

이윽고, 한 마리만  주위를 돌고 다른 말벌들은 어디론가 가 버립니다.

조금 있으니 자취를 감췄던 말벌들이 돌아와 거미줄에 걸린 동료 말벌의 입에

조심스레 무엇인가 넣어줍니다.

그 것은 화분(꽃가루) 이었습니다.....

동료 말벌들이 할 수있는 마지막 우정이요, 은혜였고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거미줄에 걸린 동료 말벌을 두고 어디론가 가 버렸습니다.

산길로는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들이 제각기 잘 낫다고 우쭐대며 사는 이 세상 사람들은 저 말벌보다

우월한가.. 은혜로운가... 또...............

나의 머리를 짖누르며 아프게 만듭니다.

                    산길로가 쓴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