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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렸던 삼월
나는 헷갈린다.
인생살이 살만큼 산 나이인데도 정말이지 헷갈린다. 춘 삼월을 시작하는 날
매년 반복하여 그리 해왔지만 순국선열이, 어쩌구 온갖 못쓸 짓을 저지른
일제 강점기 시대의 그들의 잔혹상을 규탄하자며, 저쩌구
그 열기가 식을 무렵..., 우리는 보름만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고 했던가,
붕어는 낚시 바늘에 주둥이가 찢어져도 몇 초만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다시 또 그 바늘을 찢어진 주둥이로 문다고 하는데...
그것에 비하면 그래도 보름은 만리장성 같은 세월을 잊어버리지 않고
겨우 2주간이라도 기억하는 것이 여간 다행스럽다...
한 열흘 지나고 나니, 해방되고 66년 동안 규탄의 대상이었던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로 재앙을 겪자 이제는 전례 없는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선열과 동포들에게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잘사는 나라 그들을 돕자고...
나는 정말이지 헷갈린다.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 먼 바다 쪽으로 방사능이 날아가니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쌍 거품을 물던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한 기류의
방향으로 전국적으로 미량이나마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언론보도에
이제는 너무 적은 양이므로 인체나 모든 생물이나 환경기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쌍 나팔을 불어댄다. 믿거나 말거나 아랑곳없이 제 할 일을
다하는 것 같다.
헷갈리는 삼월도 이틀 남았다. 그 이틀 동안 당당하게 방사능 오염으로
손해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책임져야 되고 다시는 피해를 주지 않도록
재발방지 약속을 따져 물었으면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웃나라들을 포함한 국제기구와 함께
진상조사도 요구하여야 한다.
설령,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가능성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익과 요즘 흔히
쓰는 국격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모금운동과 더불어 그것이 공존과 상생의 덕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지구촌의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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