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돌아가는 세상

1),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내게는 자식들이 다 커버려 “정직하게 살아라.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되

고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이 된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밥상머리 교육을 시킬 아이

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조금 늦게 태어나 지금 내 아이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닐 나이라면 지금

오늘날의 이 시대를 살면서 과연 그런 말을, 그런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 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그런 면에서는 하루 세끼 넉넉한 음식을 먹지 못하고 궁핍한 생활

을 하였어도 자식들을 올바르고 정직하게 자라나게 할 시대적 명분과 아버지로서 책임

과 의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어머니 말씀대로 장관이나 판사가 못되었어도 행복합니다.

2). 이북 가서 살아

국토가 외세에 의해 분단되고 반세기만에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의 비애를 끌어

안고 모든 인류의 축복 속에 분단의 남북한이 화해의 물결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금강

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침몰사건 및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모든 사람들의 희망

을 뒤로한 채, 다시금 원수지간 . 견원지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그 아름답고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통일이여 어서 오라”

하는 어여쁜 말과 노래 소리는 어느 사이 자취를 감추고 통일이나, 화해 협력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되고 지역감정을 능가하는 이념적 갈등과 함께 종교적 갈등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그것이 이념적. 종교적. 지역적. 갈등과 어우러져 이리저리 이합집산으로 떼를

지어 분류되고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다면 마지막 말은 그렇게

좋으면 “이북 가서 살지, 왜 여기서 사느냐” 라는 고함소리와 함께 종결되어 집니

다. 그 상대가 친구이건 동료이건 친인척은 물론, 형제간에도 아무런 생각도 없이 씨

부리고 상대에게 분노와 크나 큰 마음의 상처를 줍니다.

나는 항일전투의 보천보 전투가 있는 줄도 몰랐고 김일성은 본명이 김성주라고 김일성

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고, 나중에는 빨갱이는 얼굴이 빨갛다고 생각하게 되는 그

런 교육을 받고 자라난 세대였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이념을 토해낼 수도 없었지만

'이북 가서 살아“ 라는 말은 할 수도 없거니와 들어본 적이 없어, 적어도 살면서 드러

내 놓고 그런 말로 인한 상처는 받지 안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의 노년기의 삶이 또 한편으로 무척이나 슬픕니다.

3). 이곳이 내가 자부심 있게 살아 온 나라인가 서글픔을 느낍니다.

나의 중학교 시절, 그 당시 공민 (지금의 도덕과목) 선생님인 황순만 선생님이 계셨습

니다. 그분은 유명한 “소나기” 저자 황순원 씨의 동생이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첫 시

간에 들어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 라고 우리 반 학생 전원에

게 질문을 던져놓고 한 사람씩 답을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 당시 중학 1학년 학생들은 강도, 도둑놈, 사자, 늑대, 호랑이, 독사뱀 등등 별의 별

대답을 하였지만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무도 더 이상 대답을 못하자 황순만

선생님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호랑이도 아니고 강도도 아닙니다, 올바르지

못하게 잘못 배운 아주 머리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제일 무섭습니다.“

모두들 무슨 뜻인지 몰랐고 그 당시 어린 나이로서는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차분히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 중, 어려운 환경에서 배고픔을

이겨내고 많이 배우고 그것도 모자라 외국 유명대학에 유학까지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백성들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이끌려 가는 백성들도 예전과 달리 많이

배운 사람이 많습니다. 쉽게 말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말 입니다, 잘 잘못을 냉

철하게 판단할 줄 알고 비판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우리 국민들입니다.

그런데 왜 이럴까요? 나사 풀린 기계처럼, 동력을 전달하는 그 기계속의 주요 구성

품인 톱니바퀴에 치차 (이빨)가 하나 빠진 것처럼, 아니면 그 옛날 50여 년 전의 황순

만 선생님 말씀처럼 많이 배웠지만 올바르게 배우지 못하고 잘못 배운 사람들이 자리

들을 차지하고서 백성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나를 따라 오라” (Follow me) 하는 것

때문 일까요? 우리는 그저 소리 없이 참고 참으며 묵묵히 따라만 가야 되는 것일까요?

나는 그래서 더 더욱 서럽고 실망감과 서글픔을 느낍니다.

                                                                            산길로가 쓴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