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소회(所懷)
1) 10.26과 나
28회째의 10.26을 마지하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지 않을 수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그 사건의 전개과정이나 그 사건을 전후한 제반 정황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편이다.
그것은 당시 필자는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어 진정 생사를 넘나드는 재판을 겹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즉 통 혁 당 재건 기도라는 허구적 사건과 이른바 남 민전 사건이 그것이었다.
필자로써는 실제상 남 민전 사건 하나였을 뿐이나 남 민전의 조직자 이 재문 씨(10.4일 피검) 보다 7개월 가까이 먼저인 3.13일에 연행되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통 혁 당 재건 기도”라는 허구적 사건이 조작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남 민전 조직에서 가장 민감한 안XX의 실종사건을 합리화함으로써 그 조직 실체를 은폐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에 대한 구체적 사건의 전개는 차후에 다른 방식으로 기록 될 것이지만 윤 곽 만을 말한다면 40~50여 간의 대공 분실(악명 높은 남영 동) 수사가 끝나고 서울 구치소에 임시로 마련된 검 취 과정을 거쳐 6월부터 심리가 진행되어 사형 구형에 무기선고가 10.8일에 이루어 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10.12일에 다시 연행되었다가 2주간의 조사를 마치고 26일에 되돌아와서 27일부터 허구적인 통 혁 당 재건기도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이유서를 쓰고 있는 중에 교도소 내 방송을 통해서 대통령시해사건을 듣게 되었다.
사실상 거의 조작되었던 제2차 인혁 당 사건에서 8열사의 사형 집행이 확정 판결 24시간 만에 이루어진 전례에 비추어 사실상 조직적 실체를 갖고 있는 남 민전의 경우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내게 될 것이냐 하는 엄청난 문제 였 던 것이다.
“서울 의 봄”으로 세계적 이목을 집중한 사회 분위기에서 조차 이 재문선생, 신 향식선생 두 분의 희생자를 낼 수밖에 없었던 객관적 사태임을 고려 할 때 우리들의 이러한 공포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방송을 듣고 이제는 한마디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이와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앞에 말한 두 분의 희생이 불가피 했던 것이다. 평소 운명론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운명의 힘”의 실체를 인정 하지 않을 수없게 된 연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박 정권이 그대로 존속 했더라면 최소한 15명 정도의 희생자를 낼 수박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거역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운명의 힘)이 최고 권력자를 먼저 처단 하는 그 힘의 실체를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2) 10.26 사건의 함의(含意)
거두절미 하고 10.26 사건처럼 한국의 통치자를 폭력적으로 교체한 사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1960년 4월 혁명의 경우 당시의 “메 카 나기” 주한 미국 대사의 주선으로 권력자가 망명 함 으 써 민주적 선거에 의한 정권 교체의 기반을 조성 한 자연스럽고도 민주 대중에게 우호적인 것이었다.
5.16 군사 구 테 타의 경우 묵시적 동의 또는 사후적 동의가 추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위의 주체가 반공 군부라는 실체적 세력의 존재와 목적의식적 활략 상들이 전면에 부상함으로써 그만큼 배후의 힘은 그 실체 성 여부와 관계없이 대중에게 인식되어지지는 아니했을 것이다.
대통령 경호실장과의 불화관계에도 불구하고 권력자 제일의 심복 자 이어야 할 중앙정보부장에 의한 최고 권력자의 시해, 그것은 최고 권력을 능가하고 대한민국의 국가권력과는 무관한 초월적 배후 힘의 전제를 상정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부마항쟁(釜馬抗爭)의 진압이라 던 지 야당대표의 직무정지등 횡포 적 권력 행사라 할지라도 권력구조의 전면적 장악이라는 확신 없이 이루어 질수 없는 것이다. 그것도 최고 권력이라는 상징성 밑에 부문 권력의 심복 자들의 결집력이라는 전례 없는 사건전개도 불가사의한 일들의 하나이다.
필자는 사실상 같은 시기에 서울 구치소에 복역 중이었음으로 연루자들 하나하나가 사상범 정치범에 못하지 않는 당당 함과 확신에 차 있었음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상황을 충격적이고도 드릴 넘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형상화한 'The Circle'에서는 백아관의 표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조금 전에 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 하였다. 정보부장과 그의 경호원들은 춘크 라는 장군에 의해 채포되었다.” “그렇습니다. 대통령 관저내의 탑 모양의 건물에서 열린 파티에서 발생했습니다. 다시 말 하면 대통령은 평생의 친구에게 당했으며 그 친구는 춘크 에게 배반 당했다는 거죠.”
“춘크 장군이 사전에 대통령의 암살 음모를 알았고 정보부장을 하수인으로 이용 했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겠군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아니합니다. 춘크는 경비대를 지휘합니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관저를 보안 점검 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3) 대한민국 그리고 그 후견의 나라 USA.
'대통령각하, 각하의 전보에 대한 회답으로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당신네들에게 조종 받고 있는 나라에서 발생한 난폭한 행동은 제국주의 압제 하에서 신음하는 제3세계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포악한 독제정치가 스스로 부패와 압제에 의해 붕괴되었다는 것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대통령 각하, 나는 소비에트연방과 북한이 남한의 고통 받는 인민들에 대하여 침략의도가 없음을 확약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정의와 자본주의적 무정부상태의 희생자들에 대하여 지원할 것입니다. 나 또한 헤이그에서 1월에 있을 회담을 기대 합니다. 경의를 표하며, 네 오 니드 일 리치 브레즈네프.“
이 전보문은 말 할 나위도 없이 미국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의 정권교체기에 혹 있을 수 있는 소련 방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에 대해 이를 수용한다는 취지의 회답 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만큼 정치적 부담을 걸머져야 하는 미국의 속사정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18년 동안 미국의 요구를 가장 충실히 수용하였고 효과적으로 민주 민중적 요구를 억 합 해 올 수 있었던 박 권을 교 채 해야 할 미국의 속사정이 무 었 이었을까? 이후의 사태 전개로 추정 해볼 때 “서울의 봄“으로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민주화를 요망 하는 그러한 남녘 대중의 요구에 기초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박 정권으로서는 만군을 경유하여 정규 일본 육사 출신이라는 원천적 열등감을 핵 개발로 씻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을 런지 모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세계적 핵물리학자 이 휘 소 박사의 사고를 위장한 살해, 연이은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살해라는 극약 처방으로 대응 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미국의 대응은 때로는 간접적이고도 우회적으로 민주화를 지향하는 긍정적 방향으로 개입하는 듯한 착 각을 일으키게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직접적이고도 폭력 적인 방법이었다.
우리의 민중은 사실상 식민지와도 같은 분단 강점 하에서 대량 살육이라는 생생한 삶의 기억 속에서도 민주화를 수행함으로써 제3세계 약소 민중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열정과 순발력을 갖는 민족이고 이게 우리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될 것이다.
2007. 10. 25. 28주년 10. 26 전야에 들녘소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