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를 소용돌이치게 하는 커다란 두 가지 이슈가 있으니, 하나는 bbk인가 뭔가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삼성을 고발한 모 변호사의 양심 고백인가 뭔가 하는 일일 것이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이 나라의 모든 메스컴 들은 작심한 듯 연일 톱뉴스로 방송, 또 재방송으로 TV 화면과 신문을 도배하는 것 같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그로 인한 국민들이 갖는 스트레스와 피곤함과 자괴감이 갈수록 증폭되어가며 좌절 내지 포기감과 더불어 마침내는 스트레스 성 우울증을 유발하면서 짜증스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온통 이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bbk 문제는 나 같은 경제적 무식쟁이는 너무 헷갈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또 무엇이 그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일에 연루되어진 그렇다 할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믿고 많은 사람들이 선의의 주식 투자자들이 많은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 그저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느 정권 말기 터졌던 00비리 사건에서 보았듯이 연일 계속되는 보도와 함께 자고나면 새로운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계속해 나오면서 도데 체 주범이 누구이고 종 범이 누구인지를 국민들은 가늠할 수도 없었고 마침내는 많은 사람들이 짜증이 나서  “이제 제발 그만 둬라, 망할 자식들아....”

할 정도였다는 것을 우리들은 기억할 것이다. 지금 bbk 사태가 그리 되는 것이 아닌 가 싶다.

삼성그룹의 비리 고발사태의 진행 과정을 보고 있으면 어인 일인지 마음 한구석에 씁쓰레함을 감출 수가 없다. 처음 고발 할 당시, 모 종교 단체 일부 종교인들과 함께하는 그의 모습을 각종 보도를 통해 기억할 수 있으리라.

떳떳하지 못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속죄하는 양심이라고 할까? 아니면 인간적인 고민의 표현 형상이라고 할까?  또 아니면 거대한 골리앗에 싸움을 걸은 두려움의 표현이라고 할까? 아무튼 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은 초췌하고 국민들에게 동정을 갈구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한 모습에 우리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 사람의 용기와 상대적으로 약자 편을 드는 관습적 우리네 정서와 함께 오죽하였으면 그러하였겠나 하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또 삼성의 비리가 하나 둘씩 파 헤쳐지면서 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은 초췌함이나 두려움은 온데간데없고 당당 하면서도 유들유들 한 웃음과 함께 평상시에 몸에 배었던 거만함이 엿 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편견에서 오는 짧은 생각인가?

본인은 삼성과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재벌 그룹을 매섭게 비판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은 얼마 되지 않는 주식 지분을 보유하고도 그룹 내의 거대회사들을 문어발식으로 통제하며 회사 돈이 자기 개인의 돈 인양 아무 꺼리 낌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개인 비리로 걸려 법에서 부과된 벌금도 회사 돈으로 내는 것이 이 나라 재벌들의 참 모습이 아닌 가 생각한다.

세계적인 거대한 그룹을 형성하면서, 또 일등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전 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방식과 노조의 활성화를 인정하지 않는 그룹으로 운영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한 그가 일정기간 삼성에 몸담고 있는 동안, 절대 권력을 가진 재벌 총수 밑에서 자기 맡은바 소임 외에 얼마나 많은 떳떳하지 못한 일들을 하였는지 생각하기 조차 싫다. 소위 이 땅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현직 검사를 그만두고 세간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삼성에 스카우트 당할 때 많은 동료들의 찬사와 부러움을 받았을 것이다.

삼성에서 잘 나간다는 실세를 자처하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얼마나 목에 힘을 주고 다녔겠는가? 심지어 평직원들은 그 회사 말단 임원 빽 만 있어도 중간 관리자 들이 함부로 못하는 것이 이 나라 회사조직이 아닌가 싶다. 그가 처음부터 삼성의 비리를 파헤치고자 삼성에 입사하지는 안했을 터....

구국의 일념으로 하였다면 현직에 있었을 때 비리를 폭로하고 양심선언을 하였어야 옳다. 우리는 기억한다, 10여년전 양심선언을 한 정부기관의 모 감사관과 육군중위의 양심선언을 아직도 기억한다.

현직에 있으면서 비리를 고발하여 자기에게 닥쳐올 각종 불이익을 감내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살신성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본인은 상세한 내용은 모른다, 그가 왜 삼성을 등졌는지, 흔히 말하는 파워게임에서 밀려나 용도 폐기되었는지, 아니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 도 하지 않는다.

다만 왜 이 시점에서 그러한 비리를 폭로 하였는지....

너무 비약적인 비교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일제시대 하에서 자기 자신만의 호의호식을 누리고자 일제에 빌붙어 동포들에게 못된 짓거리를 하였던 친일매국노가 해방이 되자 일제의 잔학상과 온갖 비리를 밝힌다고 양심선언을 하였다면 그것이 정당화 되겠는가?

자기 자신도 잘못하였으니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용서하여 달라고, 그러나 사회정의 상 이것만은 알려야 되겠다고.....

잘 먹어서 머리회전이 빠른 약아빠진 자의 궤변이요, 기만인 것이다.

그러면 위의 두 사람의 양심선언은 머리 나쁘고 우직한 사람의 양심선언이고 이번의 양심선언은 배부르고 머리 좋은 자의 약아빠진 양심선언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국가적,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기화로 본보기가 되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하리라고 보는 것이 긍정적인 면이요 요즘 흔히 말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기업의 조직 문화에서 서로를 경계하고 불신하며 한 차원 더 높은 부정비리의 결과를 가져오고 마침내는 또 다른 폐단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부정적인 면이라고 본다. 

TV 화면에서 보여주는 그의 모습이 점차적으로 자기 자신은 이 일로 인해 면죄부를 얻은 양, 전장에서 돌아온 개선장군의 모습처럼 득의만만한 웃음을 입가에 보이는 것이 불쌍하고 애처러운 것은 왜 일까?

혹시 그 웃음 속에 숨겨져 있는 씻지 못할 그 자신의 죄를 덮어버리는 비굴한 웃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주장한 일들이 사실이라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하수인이요, 불법행위를 진두지휘한 중간 하수인이라는 것이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종 범이라는 것이다. 양심선언을 하였다고 그가 행한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영웅시 하여가는 언론과 사회적 분위기는 경계해야 마땅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삼성에서 목숨을 담보로 총칼을 들이대고 윽박지르며 불법행위를 강요하진 않았을 터, 먹고 살기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은 결코 변명이 될 수가 없다.

당연히 그 역시 책임을 통감하고 진정으로 뉘우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앙갚음을 하기위한 싸움에서 승리하였다고, 또 분명히 승리할 것이라고 하는 표정은 그의 어둡고 칙칙한 마음속에서 부터 고개 내미는 모습이라고 하지 않겠는 가.

내부 고발 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동기가 순수하였느냐 하는 것이 선별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본다.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 나도 양심고백 한다, 수틀리면 터 트린다 하는 코믹한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무조건 적인 내부 고발 자를 찬양하고 또한 영웅시 한다면 이 복잡하게 서로 간에 연결되어진 사회가 어찌되겠는가....

                      12월 4일 산길로가 쓴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