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선생님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신 퇴직교사 협의회(부산)회장으로 계시는

김홍주님의 추도의 글 전문입니다.

그렇게도 생생하고 당당했던 당신이 가셨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산이면 산, 들이면 들,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가난하고 약한자 편에 서서

달려들던 그 마음과 정성 다 접고 어찌 그렇게도 쉽게 홀홀히 떠나셨습니까?

이 자리에 서고 보니 통곡이라도 실컷하고 싶습니다.

'우리 몸 값이라도 하고 죽어야 할 것 아니가, 그냥 죽을 수는 없제....'

하던 당신의 그 몸값은 어쩌고 그만 눈을 감았단 말입니까?

'언젠가는, 어느 땐가는  우리에게도 몸값 할 기회가 오고야 말 것이다.

그 때 우리는 후회없이 아낌없이 이 한 목숨 바치겠다' 고

때로는 가슴으로 때로는 육탄으로 애태운 그 세월이 몇 십년이던 가.

그간 많은 사람들이 사리사욕에 눈에 어두어 뿔뿔이 흩어져 갔지만, 그 날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신념 하나로 버티고 살아온 당신이기에 그 무엇으로라도

이 슬픔을 감당하기에 힘이 듭니다.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중학 3학년 때(1947년), 벌써 국대안 반대 유인물을

한 보따리 싸 가지고 경찰의 눈을 피해 학교 변소 천정에 숨겨놓고 교실에 들어

와서 '임현규, 이춘섭, 이길우 나를 따라 와' 하고는 변소에 숨겨둔 유인물을

한 뭉치씩 나누어 주면서 '야 이놈들, 너는 경남 중학교 앞,  너는 부산여고 앞, 너는 경남상고 앞에서 뿌려, 이놈들 잡히지 않게 조심 해' 하던 당신이 아직 그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 어찌 눈을 감았습니까?

그로 인한 옥고가 17세의 소년으로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무거웠습니다.

4.19 의거가 터지자 마치 가뭄에 물고기가 소낙비를 만난 듯 국제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서, 영도 해동 고등학교,경남공고,동아중학,부산중학,부산사범 등의

학교를 찾아다니며 정의의 횃불을 높이높이 들지 않았습니까, 교원 노동조합을 비롯해서 부두노조,이발노조,철도노조 등  각종 노동단체를 방문하여 많은 기사거리를 남겨, 당신이 지핀 불길은 들 불 처럼 번져 4.19라는 시민 혁명까지 일구어 냈습니다. 그런 당신이었지 만 끝내 그 공은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당신에게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학이 있었습니다, 또한 과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존경하는 김상찬 동지!.

당신은 빛나는 업적도 많이 남겼습니다. '못먹고 설움받는 노동자 농민이 주인이 되어야 해, 그들의 한을 우리가 풀어주어야 한다.' 고 입 버릇처럼 되 뇌이던

당신, 5.16 군사 쿠테타 때에는 조국의 자주 평화통일을 주장했다고 해서 4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옥고를 치르고도 '상찬 동지 고생이 많았제' 하니 '고생은 무슨 고생' 하고는 늠름하게 웃어보이던 그 모습 눈에 선 합니다. 

80평생, 하루도 편 할 날이 없이 오직 조국의 자주 평화통일의 일념으로 살아오신 당신의 삶,  잘 알고 있습니다.  17세의 소년이 국대안 반대 투쟁으로 부터 시작해서 반미, 반제, 반 봉건, 반 매변 투쟁의 한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굳굳한 정신과 삶은 값지고 영원히 빛날 것 입니다. 당신이 그렇게도 원하던 몸값도 다 했습니다.

요 며칠 전 병상에 있던 당신을 만났을 때 '몸값은 ?' 했더니

 '나는 인자 틀렸다, 당신들이 해야지' 하시던 말 깊이 간직하고 목숨이 다 할 때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정의와 과학이 있는 곳에서 편히 영면하소서......

               2008년 2월 10일   김홍주 올림